[장진희] 4.16.

                                                4.16.

 

                                                                                                        장진희(전남 곡성군 죽곡면)

 

 

그날 이후 사는 게 무서워졌어
처음에는 이게 뭔 일이지 했지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점점 가슴이 쫄아들고 있을 때
장터에서 미역을 팔고 있을 때
사람들이 세월호 아이들 이야기를 했어
그날 손가락이 문드러지도록 창문틀을 뜯어내려다 물속에 잠기는 아이들이 내 속으로 들어온 날
그 거대한 공포가 덮쳤어
장사는커녕 서 있을 수도 없었어
밥을 먹을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휘청이는 다리를 눕힐 수도 없었어
갑자기 평생 단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같은 몸 같은 집 같은 인연 속인데
모든 것이 비극이었어
언제라고 인생이 행복뿐이었을까만
그래도 부르던 노래와 풍류와 호기와 넉넉함은 다 쪼그라들어
벌벌 떨었어

오래 그랬어
어디를 헤매 쏘다니는지 넋이 없다가
강가에 앉아 꺼이꺼이 울었어
온 세포가 무너져내리는데
세상에!
몸이 살려고 하는 거야
그 무서운 놈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세포 같은 것이 말갛게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지는 거야
내 몸 또한 하나의 생명인지라 저도 살자고 하는구나
살자 울었어

진도에 갔더니
배 가진 사람들이 그랬어
아이들 인양하러 바다에 들어갔는데
창문틀 붙잡은 손가락이 어찌나 꽉 붙어 있는지 뗄 수가 없었다고
아무리 힘을 써도 안 돼서 그랬대
애야 엄마가 기다린다 집에 가자
그러니까 손을 놓더래
그렇게 데리고 나왔대

제주도로 건너가 신당마다 찾아다니며
빌고 또 빌었어
아이들아 용서해라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원혼이 되지는 말자
고운 아이들아

내 새끼가 아니라도 이리 죽겠는데
에미들 애비들
죽을 만큼 힘들어도
그대 또한 한 생명
바닥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소리를 붙잡게 되기를!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과 죽음에서 일어서는 에미 애비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부디 이 원한의 세상을 풀어나갈 수 있기를!

아이들을 수장시킨 년놈들을 끌어내리던 날
그 배를 바다에서 끌어올렸지
건져진 넋은
목포 신항 부두에 매어 있는데
살아남은 이들은 아직도 씻김굿을 다하지 못하는구나
처참한 몰골로 녹슨 배
세상 이마 한가운데
뜬 눈으로 박혀 있는
저 배

지구 끝까지 고운 세상 될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아이들아
아이들아
우리 고운 아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