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원불교 예비교무들과 함께한 메타버스 체험기

원불교 예비교무들과 함께한 메타버스 체험기

 

 

허석(원광대 교수)

 

2021년 6월 20일. 나는 미래의 원불교 교무님들이 될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학생(이하 ‘예비교무’라고 부른다) 40명과 함께 전라남도 영광군에 위치한 영광국제마음훈련원으로 2박 3일 간 ‘미래교화캠프’를 떠났다. 미래교화캠프란, 미래 시대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그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원불교의 마음공부를 내 삶 속에서 실천하고 사회화 할 것인지 고민하고 공부하기 위해 원불교학과에서 예비교무를 대상으로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미래교화캠프의 메인 주제는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상공간을 말한다.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물리적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가 합성된 단어의 의미 그대로, 메타버스란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가상공간, 가상의 우주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가상공간을 넘어서, 인터넷을 미래가 메타버스로 구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환경이 지금의 2D 평면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입체적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게임, 영상, 교육, 문화 등 다방면의 콘텐츠들이 개발되고 있다. 세계적인 K-pop 가수인 BTS와 블랙핑크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새 음반을 발매하거나 콘서트를 진행했고, 이러한 메타버스에서의 새로운 콘텐츠는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상황과 맞물리며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Facebook, Google, Amazon, MS, Naver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미래교화캠프에서 우리를 메타버스의 세계로 인도해준 선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 학과에 근무하는 이정민(법명 도하) 교수다. 그는 한예종 교수이자 원불교 교무다. 누구보다 물질이 개벽되는 이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변화를 마음공부와 영성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활용하려는, 내가 참 존경하는 선배 교무다. 2년 전 미래교화캠프 때도 그를 메인 강사로 초청하여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변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불과 2년 사이에 그의 연구 영역과 사유의 흐름이 몇 배는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Facebook에서 출시한 Oculus Quest2 장비를 두 대 구매하고,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4대의 장비를 추가 조달하여 총 여섯 대의 최첨단 3D 장비를 이용해 메타버스 공간을 체험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적정 메타버스 플랫폼을 찾는 일이었다. 메타버스는 각 기업이 만든 다양한 공간들이 있었고, 그 각각의 특성이 있었다. 그 중에서 우리의 목표인 마음공부와 교화를 활용하기 적합한 공간을 찾는 일이 먼저였다. 그렇게 고른 공간이 Engage라는 곳이었다. 2박 3일의 한정된 시간 때문에 가장 간단하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어서 선택되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이 메타버스를 잘 이해하고, 체험하고, 콘텐츠까지 만들 수 있을까? 시작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학생들은 빠르게 적응했다. 캠프 첫째 날은 적정 콘텐츠 탐색과 이론 설명, Oculus 장비 체험을 주로 했다면, 둘째 날은 조를 나누어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둘째 날 목표는, 오전 오후 내내 콘텐츠를 제작하고, 저녁에는 제작된 콘텐츠에 다른 조원들을 초대해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만나 콘텐츠를 구현해 보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던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내 예상보다 더 멋진 무엇이 만들어질 것 같은 기대가 점점 커졌다.

 

 

드디어 저녁 식사 후, 각자의 조별 장소로 흩어져서 메타버스를 이용해 상대 조원들을 본인들이 준비한 콘텐츠로 초대하는 시간이 되었다. 두근두근거렸다.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였다. 첫 조는 원불교의 천도재(薦度齋, 열반한 영가의 해탈 천도를 기원하는 의식)를 구현했다. 나도 일선 교당에서 근무할 때 수많은 천도재를 집행도 하고 참석도 했지만, 가상공간에서 천도재를 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천도재에 적합한 공간을 디자인하고,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서 의식을 진행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종교의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조는 소태산 대종사의 인생을 10가지로 압축한 대종사 십상(十相) 중 한 장면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하여 그 당시 소태산의 상황을 참여자들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였다. 또 다른 조는 소태산과 제자들이 함께 언답을 막았던 방언 공사를 재연하고, 그 재연한 모습을 메타버스 안에서 스크린에 띄워 상영함으로써 마치 영화관에서 원불교의 초기 역사의 한 장면에 참여하는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가상공간을 통해 구현되었다. 2박 3일의 시간 동안 우리는 메타버스를 이해하고, 체험하고, 그 속에서 마음공부와 교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았다. 이제 막 메타버스에 대한 첫 발을 뗀 셈이다.

그렇다면 경제학 전공자도 아니고, IT 관련 학과도 아닌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학생들이 왜 메타버스를 공부하고 체험했는가? 세상은 메타버스를 돈벌이 목적으로 주목하지만, 우리는 메타버스를 둘러싸고 있는 ‘돈’의 거품을 제거하고 그 ‘가치’에 주목하고자 했다. 예컨대, 메타버스를 이용해 다양한 세대들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마음공부, 또는 명상 콘텐츠는 무엇일까? 물리적,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생각에 멈춰 있던 마음공부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가상공간을 통해 구현해 보는 것이다. 나아가 메타버스에서 우리의 생각과 상상력이 가시적 공간(물론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의 가상공간이지만)을 창조해 내 듯, 우리들 마음이 전 우주를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주객 분별로 살아간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앞으로 4차 산업 혁명이 5차, 6차, N차 혁명으로 진행될수록, 가상공간은 더 이상 현실의 보조가 아닌, 현실과 가상이 직접적으로 결합되어 그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 새로운 세계는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이다. 그 변화를 우리 학생들이 온몸으로 접하고, 그 속에서 ‘돈’의 논리가 아닌 ‘마음’의 가치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해 마음공부와 교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이번 캠프의 큰 소득이었다. 우리 예비교무들이 도학(道學)과 과학(科學)을 병진하여 참 문명 세계 건설을 꿈꾸었던 소태산의 DNA를 장착하고 세상으로 나아가 미래의 세상을 보다 은혜롭고 생명력 있게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이들의 성장에 나도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