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상] 건강한 대한민국을 꿈꾸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꿈꾸다

-소태산영화제에서 만난 생명과 소통의 염원-

최규상 (원광대학교 대학원)

 

 

나는 대학원생이다. 우리의 사상인 동학과 개벽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원불교학을 전공하고 있다. 대학에서 자기 경영을 공부했는데 대학원에 와서 원불교학을 전공하게 된 데에는 대학 생활을 자기 경영하는 활동으로 실천한 ‘100人 인터뷰’의 영향이 컸다. 인터뷰를 5년 정도 했을 당시 대한민국이 참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선 함께 가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소통하는 대한민국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자연, 민족까지 함께 가는 세상을 그려 보았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유학하고 키르기스스탄에서 교육 봉사를 하며 보고 배운 것도 소통하며 함께 가는 건강한 문화였다. 생명이 외면시되는 사회를 보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다짐했기에 외국의 건강한 모습이 눈에 먼저 들어왔고 생명의 본질을 의미하는 우리의 사상인 동학과 개벽학을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대학중점연구소에서 연구 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연구소에서 공동 주관해 열리는 소태산영화제에 다녀왔다. 생명과 소통을 주제로 한 소태산영화제의 시작은 여느 영화제와는 달랐다.

 

 

세상의 희망이 된 평범한 성자들의 삶을 기록하고자 한 교무님이 발원했고 그 염원에 여러 사람들의 자발적인 재능 기부가 이루어지면서 ‘소태산 작은영화제’가 탄생했다. 처음 만난 감독들과 작가들, 교무-교도 관객들이 함께하면서 소태산과 원불교를 영화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두 번째 소태산영화제 때는 ‘작은’이라는 수식어가 빠지고 ‘젊음’이 함께하며 생명과 소통을 담은 작품들이 영화제를 채우고 물들였다. 그리고 올해 제3회 소태산영화제가 개최됐다. 세계 55개 나라에 은혜를 심으며 세상을 받든 이야기_마더 박청수를 시작으로 추상미 감독의 폴란드로 간 아이들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어울리며 생명과 소통을 화두로 한 이야기장이 열렸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다짐한 나에게 작품 하나하나는 함께 가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화두의 울림이였으며 소통의 매개체였다. 그리고 물질 개벽의 세상에서 어떻게 물질을 바르게 사용하여 정신개벽을 이룰 수 있는지 지혜를 묻고 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립대학

우리 학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 정신에 바탕해 설립되었으며 병든 세상을 치료한다는 뜻의 제생의세를 목적으로 한다. 학교와 병원의 설립 이념이기도 한 제생의세는 세상이 병들어 인간이 온갖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세상의 병을 다스리고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성의를 다 하자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최근 건강의 개념을 얘기하며 사회적, 영적인 건강을 포함시켰고,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인류 사회 체제를 위협하는 두 가지로 불평등과 기후 변화를 꼽았다. 사회적 건강이 중요해진 만큼 무엇이 인간의 건강을 해치게 하는 사회적 질병인지 질병의 전통적 개념을 벗어나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의 병만을 질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해치는 모든 것이 질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가난, 차별, 혐오, 저출산, 성적 제일주의, 가습기 피해, 세월호 같은 사회적 재난이 모두 사회적 질병인 것이다. 질병을 만드는 사회이기에 사회를 바꿔야 질병을 고칠 수 있다. 의사들은 사람의 질병을 고치는 의사를 소의,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를 중의, 사회의 병까지 고치는 의사를 대의로 나눠 구분한다. 그러나 실제 의사들은 소의에 머무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사회의 병을 치료하는 대의 역할은 대부분 사회 운동가들이 하고 있다. 얼마 전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 기후 행동 정상 회의에서 ‘기후 변화로 인류의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며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기후 변화 또한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해치기에 사회적 질병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지구를 지키는 지구의가 되고 사회의 병을 고치는 대의의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건강한 사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동학이라는 건강한 사상이 있다. 동학은 최제우가 창시한 민족 종교로 인내천 사상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여기서 동(東)의 진실된 의미는 동쪽이라기보다 생명의 본질을 뜻한다고 한다. 생명의 본질을 잇는 우리 민족의 모습은 중국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갔을 때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인들이 “왜 너희 나라도 아닌데 먼 이곳까지 와서 나무를 심느냐”고 물을 때면, 우리는 “한국인이 중국에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지구인이 지구에 나무를 심는 것”이라며 자연 보호를 위한 행동을 당연시 여겼다. 한국인이 지난 20년간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왔다는 사실과 함께 4대 문명의 발상지가 현재는 거대한 사막의 띠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는 동학과도 연결 지어졌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땅도 사람, 생명이라 보고 땅이 병들면 나무를 심는 등으로 치유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이 없던 옛 문명은 자연환경을 치유하며 보존하기보다 황폐하게 만들어 나갔고 결국 또 다른 숲을 찾아 이동하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동학, 천도교를 믿던 고려인들은 강제 이주를 당해서도 병든 땅을 개간하고 치유하며 터를 잡아 오늘날까지 대를 이어 오고 있다. 사상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동학을 문명적이라 평가한 일본의 다나카 쇼조는 동학이 뛰어나고 문명적인 사상으로 근본적 개혁의 새싹이었는데 일본군이 잘 알지 못하여 새싹을 짓밟아 버렸다며 매우 깊이 슬퍼했다. 그러면서 “참된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강을 더럽히지 않고, 마을을 부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며 일본 근대 문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우리가 꽃피워야 할 문명적 사상이 결코 외부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일 시민 동학 여행

우리말에 ‘조장하다’라는 말이 있다. 한 농부가 벼들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자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벼를 조금씩 뽑아 주었다는 알묘조장에서 유래한 말이다. 벼의 성장을 도우려 한 농부의 행동이 오히려 벼의 성장을 저해하고 죽게 했다는 것인데 나는 우리 사회도 조장된 사회가 아닐까 우려한다. 사회와 어른이 아이들을 위한다고 한 일이 어쩌면 아이의 성장을 저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상가 함석헌 선생도 청소년기를 대듦이라 표현했는데 그 이유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나이인데 계속 간섭하니까 대드는 것이라고 했다. 문명적인 동학 농민 운동이 근본적 개혁의 새싹을 틔우지 못한 탓인지 오늘날 우리는 서구 물질문명이 조장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조장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면 된다. 사실 ‘100人 인터뷰’를 실천해 오는 이유 중 하나도 조장되지 않은 우리의 지혜를 모으는 데 있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소태산영화제가 그랬듯 우리는 모두가 함께 가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도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