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석] 작심(作心)을 실천하기 위한 열 가지 제언

작심(作心)을 실천하기 위한 열 가지 제언

 

유창석 (봄동한의원 원장)

 

 

땅 속에 있던 씨앗이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고 잎과 가지, 꽃과 열매가 차례로 만들어지듯이 마음속의 다짐이 발현되어 지속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밟아 나가야 할 차례와 순서가 있습니다. 동양학에서는 이 순서를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五行)이라 합니다. 이를 음양(陰陽)으로 좀 더 세분화하면 5×2의 구조를 갖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1. 갑목(甲木)

첫 번째인 갑목(甲木)은 ‘이거 한 번 해볼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처럼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의욕을 내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 때 몸에서는 쓸개—담(膽)이 반응해서 작동합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처럼 담은 굉장히 쓴 담즙을 저장하고 분비하는데, 소화기 내 지방을 분해하고 독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묵은 때를 씻어내는 것처럼 몸을 세척해 주는 것이지요.

소위 담대(膽大)하다, 담력(膽力)이 있다는 것은 몸에서 노폐물이 씻겨 나가듯이 불안과 걱정으로 인한 관념의 찌꺼기를 마음에서 비우고 깨끗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담(膽)을 중정지관(中正之官) 결단출언(決斷出焉)이라 하며, 실제로 담이 건강한 사람들은 결단력이 뛰어나 새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1. 을목(乙木)

두 번째인 을목(乙木)은 초목이 굽어 올라오는 모양을 본뜬 것으로 담쟁이덩굴과도 같습니다. 장애물이 앞에 놓여 있어도 곁가지를 내어 제 갈 길을 찾지요. 앞선 갑(甲)이라는 시작은 다양한 방해 요소에 노출되는데, 이 때 뜻을 훼절시키지 않으면서도 장애물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모습이 을(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몸에서 반응하여 능력을 발휘하는 기관이 간(肝)입니다.

 

한의학에서 간(肝)은 장군지관(將軍之官) 모려출언(謀慮出焉)이라고 하는데, 마치 바둑기사들이 여러 수를 미리 예측하듯, 상황마다 전략(謀)과 전술(慮)을 내어 몸을 컨트롤합니다. 즉 전신의 근육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을 쓰임에 따라 적절히 분배하는 역할을 간(肝)이 담당합니다. 만약 갑목처럼 의지는 굳건하나 을목의 유연함이 부족하다면 소위 번아웃(burn-out)증후군이라는 피로감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처음 하루 이틀은 열심히 하다가도 얼마 못 가 지쳐서 하기 싫어지는 것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어 완급 조절에 실패한 결과입니다.

 

  1. 병화(丙火)

세 번째인 병화(丙火)는 밝다(炳)는 뜻으로 사소한 것 하나라도 뚜렷하게 하는 단계입니다. 갑목(甲木)의 담(膽)과, 을목(乙木)의 간(肝)을 거쳐 형성된 다짐과 실행 계획이 정말 구현 가능한 것인지, 이를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이 있는지 등의 현실 관계를 명확하게 합니다. 만일 이 과정이 생략되거나 부족하게 되면 하고 싶다는 의욕만 앞서서 도전했다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미리 포기하게 되는 잘못을 하게 됩니다.

이 때 한의학에서 제시되는 해법이 바로 소장의 건강성—수성지관(受盛之官) 화물출언(化物出焉)입니다. 수성(受盛)이란 가득 담는다는 말로 소장이 체내 수분의 대부분을 흡수하듯이 관심 분야의 전반적인 현황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나면 수성을 통해 확보된 맑은 수분(化物)이 몸에 두루 공급되어 실제 행동할 때 필요한 추진력으로 사용됩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하고자 하는 열망만큼 준비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작심(作心)이라 할만한 ‘정(丁)’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1. 정화(丁火)

네 번째인 정화(丁火)는 못이 박힌 모습을 본뜬 것으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상징합니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매사에 자기의 소신 있게 행동하는 모습입니다. 한의학에서 심장(心)을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 하는데 인체 내 신진대사의 흐름을 조절하는 중추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주한혈맥(主汗血脈)이라 하여 다양한 환경 변화로 인해 몸 안팎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을 땀을 통해 조절하고 전신에 혈액을 고르게 공급하여 인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듭니다.

 

이렇듯 심장이 군주로서의 역할을 할 때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능력이 신명(神明)—예측가능성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을 하나 둘 잘 대처하다 보면 자연스레 특징과 패턴을 파악하게 되며 나아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들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예측의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따라 작심이 삼일이 될지, 삼년 아니면 평생이 될지 결정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작심을 실현하는 열 단계 중 네 번째인 정(丁)과 그에 상응하는 심장(心臟)이 전체 과정과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무토(戊土)

다섯 번째인 무토(戊土)는 나무줄기가 무성(茂盛)하듯이 관계가 촘촘하여 충만함을 뜻합니다. 즉 앞서 심장을 통해 완성된 작심(作心)을 실행할 때 핵심이 바로 관계 설정 능력인 것입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식사를 자주 하라는 말처럼, 관계 설정 능력은 우리 몸의 소화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에 상응하는 신체 기관이 바로 위(胃)입니다.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제때 적정량을 먹는 사람들이 실제로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이들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변 관계를 잘 활용해 혼자인 사람들보다 더 수월하게 위기를 극복해 냅니다.

그래서 평소 어떤 식습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 지속력이 결정됩니다. 식습관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지만 금세 엔진이 꺼져 버리는 반면,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영양분이 전신에 고루 전달되어 실행에 큰 부침 없이 꾸준하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몸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듯이 주위 사람들과도 원활한 관계가 이루어졌을 때 실행의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신체 환경이 형성됩니다. 즉 혼자가 아닌 둘이서 둘이 아닌 여럿이서 함께할 때 작심 실현의 성공률은 높아집니다.

 

  1. 기토(己土)

여섯 번째 기토(己土)는 문자 그대로 자기(自己)를 뜻하며 토대(土臺)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비(脾)는 위(胃)를 통해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 효소로 분해하여 수분 형태로 전신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 몸의 상태에 따라 분해된 물질을 받아들일 것이냐, 그대로 몸 바깥으로 내보낼 것이냐를 비장(脾臟)이 주도적으로 결정합니다. 즉 비장이 음식물을 받아들일지 말지 스스로 판단하듯이, 자기 판단의 기준이 오롯하여 중심을 탄탄히 지키고 있는 모습이 기토(己土)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비장(脾臟)을 간의지관(諫議之官) 즉 군주에게도 직언을 할 수 있는 대간(大諫)의 직책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부로부터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만 할 때 비장(脾臟)이 크게 상하게 됩니다. 마치 감당 안되는 업무를 어쩔 수 없이 껴안게 되면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앞선 무토(戊土)에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기토(己土)에서는 관계를 지속/발달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 설정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다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하는지 자신만의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1. 경금(庚金)

일곱 번째 경금(庚金)은 경(庚)을 고칠 경/다시 갱(更)으로 새겨, 기준(己土)을 명확히 하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주변을 살펴 계속 조절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앞서 기(己) 단계를 거쳐 본인의 주관이 뚜렷해졌지만, 만일 그것이 오로지 개인만을 위한 것이라면 반드시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게 되겠지요. 자기에게는 주관과 소신이지만, 타인에게는 외고집이자 민폐일 수 있습니다. 즉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는 단계가 경금(庚金)입니다.

이러한 원리가 인체로 형상화된 것이 바로 대장(大腸)입니다. 대장은 인체 면역의 70~80%를 담당하고 있는 가장 큰 면역 기관으로, 한의학에서는 대장을 전도지관(傳道之官) 변화출언(變化出焉)이라 하여 정보를 안팎으로 주고받아(傳道) 항상 새로운 변화(變化)를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면역의 핵심은 방어와 공격이 아니라 정보 전달을 통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만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타인과 공감/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때 새싹과도 같았던 한 개인의 작심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공공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1. 신금(辛金)

여덟 번째 신금(辛金)은 신(辛)을 새로울 신(新)으로 새겨, 경금(庚金)을 이어 이전의 나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자신으로 재탄생함을 의미합니다. 갑목(甲木)이라는 씨앗이 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의 여섯 단계를 거처 비로소 신금(辛金)에 와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전과는 달라집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호흡입니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호흡을 시작하듯이, 새로운 존재로서 다시 태어났다는 선언이자 가장 깊은 무의식의 영역까지 달라졌다는 증거가 바로 호흡입니다.

호흡(呼吸)은 내뱉는 날숨(呼)과 들이쉬는 들숨(吸)으로 이뤄지며, 날숨과 들숨이 서로 동일한 깊이와 속도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을 건강한 호흡이라 합니다. 즉 호흡기가 건강하다는 것은 내가 얼마만큼 받아들일지(吸), 얼마만큼 내줄지(呼)를 주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주체적으로 조절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폐(肺)에서 치절(治節)—페이스 조절이 나온다고 합니다. 과거의 흐트러진 생활(호흡)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에 걸맞은 새로운 행동을 주체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실천해 보는 것, 이것이 작심이 실현되는 여덟 번째 단계입니다.

 

  1. 임수(壬水)

아홉 번째 임수(壬水)에서 임(壬)은 맡을 임(任)으로 새겨, 앞서 신금(辛金)에서 자기 페이스를 잡았다면 이제는 작심의 범위를 개인의 반경을 넘어서서 사회로까지 넓혀야함을 말합니다. 나만 똑똑하고 잘났다고 하지 말고, 나의 성공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달아 본인의 사회적 책무를 기꺼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삶의 양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심(作心)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때 인체에서 상응하는 기관이 방광(膀胱)입니다. 오장육부가 각기 맡고 있는 직분이 있는데, 만일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다른 장부로 책임을 전가하게 되면 장부간 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방광이 전신의 진액을 저장했다가 다시 증류하여 정제된 진액인 골수(骨髓)를 만들어 척추를 중심으로 전신에 공급합니다. 여기서 골수는 아세틸콜린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인데, 즉 장부간 충돌로 교란된 신경 회로를 바로 잡는 역할을 방광이 담당합니다. 그래서 방광이 건강하면 스스로의 자세도 바를 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해 바른 태도를 견지할 수 있게 됩니다.

 

  1. 계수(癸水)

열 번째 계수(癸水)에서 계(癸)는 헤아릴 규(揆)로 새겨,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甲)을 차분히 다시 살펴보는(揆) 단계입니다. 고인 물은 썩듯이 아무리 이전의 작심(作心)이 성공적으로 실현되었다 하더라도 현실에 안주한다면 쇠퇴의 여정만이 남게 될 뿐입니다. 지난 경험을 양분으로 삼아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에도 당차게 도전하여 생생불식(生生不息)의 자세를 유지할 때 작심이라는 ‘한생각’이 나날이 샘솟게 됩니다.

한의학에서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몸동작을 민첩하게 하는 등 젊음을 유지하는 데 핵심 기관을 신장(腎臟)으로 보는 이유도 계수(癸水)와 상응하는 기관이 신장이기 때문입니다. 신장을 작강지관(作强之官) 기교출언(技巧出焉)이라 하여,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함(作强)을 관장하면서도 능수능란하면서도 요령 있게 일상을 영위해 가는 지혜(技巧)가 신장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된 작심이라면 몸도 마음도 생각도 젊어져 더 나은 삶과 세상을 향해 또 다른 작심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제야 마침내 하나의 작심이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