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욱] 『하늘에서 본 보성』 사진집 출간에 즈음하여

『하늘에서 본 보성』 사진집 출간에 즈음하여

 

마동욱 (사진가)

 

 

농촌마을이 사라져 간다.

마을은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되어 서로 얽히고설키며 수백 년을 살아왔다. 마을마다 큰 당산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당산나무는 마을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하루를 열어 갔으며 마을의 대소사가 있을 때 그늘 밑에 모여 희로애락을 나누곤 했다.

정월 대보름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당산나무 앞에서 풍물을 치며 마을의 번영과 건강을 비는 당제를 지내기도 했다. 농촌의 대부분 마을은 씨족들로 구성되었기에 마을 공동체는 모두가 한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정겹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마을은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끊기고 7-90대 노인들만 비어 가는 마을을 쓸쓸히 지키고 있다.

 

농촌의 소도시 읍에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한 동이 지어질 때 마다 마을은 더 빨리 비어만 간다. 공동체가 살아 있는 농촌 마을은 읍 소재지로 흡수가 되고 빈 집은 늘어만 간다. 집을 떠난 주인들은 빈집을 팔거나 대여를 해주지도 않는다. 수많은 집들이 주인의 관리도 받지 못한 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며 그대로 주저앉고 있다. 농촌 마을을 30년 동안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나는 이런 농촌 현실과 마주하며 씁쓸하기 그지없다.

 

보성읍

 

나는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사진을 시작했던 30년 전부터 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농촌 마을의 쇠퇴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높은 산에 오르거나 6m 높이의 조립식 사다리를 제작하여 마을의 전경을 촬영해 왔다. 그렇게 남긴 사진들로 지난 91년부터 여러 차례 마을 사진전을 열고 고향 사진집도 출간하였다.

 

벌교읍

 

또한 2015년부터는 드론을 하늘에 띄워 산이나 사다리 위에서 볼 수 없었던 마을의 전경을 하늘에서 촬영하여 2016년 『하늘에서 본 장흥』 사진집을 출간하였으며, 2018년도에는 영암군 마을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영암군 마을 사진집 『하늘에서 본 영암』, 2019년에는 『하늘에서 본 강진』 사진집을 출간하였다.

 

벌교읍_고읍

 

올해는 『하늘에서 본 보성』 사진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 동안 출간하였던 사진집들은 출판사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출간을 하였지만 사진집 판매는 쉽지 않아 결국 빚만 짊어져야 했다. 다행히 내 고향 장흥군과 영암군에서는 그 동안 촬영한 마을 사진들의 가치를 알아주어 짊어진 빚 청산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복내면 원봉리

 

이번에 출간을 앞 둔 보성 사진집은 그 동안 마을 사진집과 달리 600여 개 보성의 마을뿐만 아니라 보성군의 귀중한 문화재들과 골목길, 논밭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사진집에 담았다. 또한 보성을 소개하는 글과 보성에서 살고 있는 분들의 글 원고를 넣다 보니, 그 양이 1200페이지에 달하여 부득이 두 권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벌교읍_장도섬

 

마을의 공동체와 각 마을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역사적 흔적들마저 너무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은 계속 커져만 간다. 안타까움을 느끼는 게 나뿐만이 아닌 것을 잘 알기에 모두가 볼 수 있는 사진으로 마을들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끝자락인 남도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이 내가 사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장도섬_부수마을

 

이번 하늘에서 본 보성 사진집 제작은 제작비가 수천만 원에 이르러 부득이 출간을 앞두고 선판매라는 방법으로 페북과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사라지는 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영원히 남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2020년 2월 사진가 마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