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늙지 않은 꿈

늙지 않은 꿈

 

 

김종창(드라마 감독, 창스미디어 대표)

 

꿈에 대해 생각해 본다..
꿈을 꾸다는 영어로 dream a dream 이다.. 꾸다의 명사형이 꿈이니, 꾸다와 꿈은 한 뿌리의 동족이다..
동족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들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꿈을 꾸다를 좋아한다..꿈은 꾸는거지, come true 되는 것은 아니다..
come true 되는 순간 꿈은 종말에 다닿아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幻滅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꾸는 시간은 늘 꿈같다..

가끔 꿈은 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리워진 길..안개 속에 숨겨진 미지의 길..
하지만 길..
가고 싶으나 두렵고 멀기만 한 길..궁금한 길..
루쉰은 <고향>에서 길은 원래 없었다 했다.. 한 사람이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된다고 했다.. 희망이 그렇다고도 했다.. 있다고도 없다고 말 할 수 없다고 했다..

꿈 역시 잡을 수도 만질 수 없지만, 꿈꾸는 시간은 행복하다..
사랑이 그러할 것이다..
결과를 생각지 않고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길..사랑은..
어쩌면 한 뿌리에서 나온 同族 연리지인지 모른다..
어찌 이것들만 그러겠는가..
이름이 다른 만물의 모든 근원은 원래 하나였는지 모른다..

어제 우연히 듣게 되어 미친듯 몰입하여 훅 던진 작품..
<인연의 꽃>이 경기미전에서 입선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특별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왜냐면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그저 우연히 마주한 도전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

 

 

사실 어렸을 때 나의 첫 희망사항이자 꿈은 화가였다..
그런데 그 꿈이 이렇게도 우연히 이루어진 것 같아 얼떨떨했다..
먹고 살다보니 악몽을 꾼 기억은 몇 차례 있었지만..
화가가 되거나 시인이 되거나 싶었던 유년 시절..
그 순수했던 꿈의 완성을 생의 목적으로 둔 적은 없었다..
술 마시면 습관처럼 튕겨나왔던 화가 시인 신부..
그 중 하나가 come true 해졌다.. 화가라니..
물론 더 돌발적으로 생겨난 것도 있다.. 대중가요 작사가..

오늘 새벽 아침 책을 펼치다가 불현듯 어색한 나를 느꼈다..
소년의 꿈이 도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서야 돌아왔을까..
왜 하필 이렇게 늙어버린 지금의 내게로 회귀했을까..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짧은 생..
멀지 않은 내 생의 끝이 조금씩 가리워진 길 저편에 보일락 말락 하는데 이런 꿈의 파편들은 왜 몰려드는 걸까..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이고..
꿈이라든가 가야할 길이라든가 늘 허기진 사랑의 근원은..
도대체 어느 샘터에서 송굴송굴 피어오르는 것일까..

 

 

아직 알 수 없는 생의 불가사의들..
그 뭉글몽글한 꿈의 구름들이 저 멀리 장흥 앞바다..
오고가는 밀물과 썰물들 너머 수평선 사이로..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착각이 든다..

미소년의 늙지 않은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