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성] 4.16 6주기에는…

4.16 6주기에는…

 

고재성 (전교조 전남지부 4.16특별위원장) 

 

 

2014년 4월 16일에 진도 맹골수도에서 벌어진 희대의 참극 은 사건도 참사도 아닌, 사고는 더더욱 아닌, 그야말로 학살극이었다. 나는 2009년 시월 일제 고사 싸움으로 감봉 2월에 신안 흑산중학교로 좌천되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을 살았다. 그러고는 2013년에 진도로 돌아와 2014년 4.16을 맞는다. 그 날도 여느 때 같았으면 5시부터 읍사무소 네거리에서 ‘18대 부정선거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이 적힌 글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을 것이었다.

오전에 티비 속보를 듣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화면에 기울어진 배가 떠 있는데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시가 넘어가자 사망자가 생겨났다고 중계방송을 하기 시작한다. 안개와 파도 때문이란다. 흑산도 ‘고래 낚시’ 배효섭 씨한테 바로 전화했다.

“바다도 잔잔하고 안개 하나 없었어요. 제 항로도 아닌데 어째 그리 가서 쳐박혀 부렀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가요.”

학교가 끝나자마자 진도 실내 체육관으로 갔다. 체육관 밖에는 명찰을 목에 건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화물 노동자인 한 분은 지하에 있다가 “꽝!”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탈출했단다. 또 다른 분한테 물었더니 그 분도 역시 거대한 굉음에 놀라 탈출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신문과 방송이 앵무새 같이 떠벌이는 것과는 달리 4.16은 기획 학살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 때문에..??’

 

 

지난 2017년, 1700만 촛불은 박근혜를 구속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그래서 4.16가족협의회는 누구보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기뻐했을 것이고 정부 출범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지시했고,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던 고 김초원, 고 이지혜 두 분 선생님의 희생을 인정했다.

그러나, 3월 21일에 제정하고 7월 7일에 시작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조사 활동은 지지부진했다. 그것은 선조 위원 8명 중 적폐 정당이 추천한 인물이 4명으로 과반을 차지한 때문이었다. 가족협의회에서 추천한 권영빈 변호사(전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를 쫓아내려고 청문회까지 연 것을 보면 알 만하지 않는가? 성과라면 ‘열린 안’이 제기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했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작년 5주기에 즈음한 국민들의 청와대 청원이 묵살당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촛불혁명정부를 자처하는 대통령이 무엇이 두려워 진상 규명을 주저하는가? 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천안함 학살과 세월호 학살극을 가장 먼저 해결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두 참극이 모두 이명박근혜 적폐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보라, 학살의 진상을 은폐하고 수사와 판결에 영향을 끼쳤던 자들이 아직도 지랄 발광을 하고 있지 않는가? 이명박근혜 일당을 쓸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두 학살극에 대해 왜 방관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자들은 윤석열 검찰이 세월호특별수사단을 구성해서 수사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수단을 구성해 발표한 시점이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들을 보라.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다.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기무사 사령관, 보훈처장,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이다. 따라서 세월호특별수사단은 대통령이 직접 지휘, 감독해야 한다. 임명직인 일개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간섭을 하고, 상위 서열인 법무부장관을 탈탈 털어 없는 죄까지 뒤집어씌우는 판인데 그런 자가 수사 지휘를 제대로 할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세월호 학살 2094일째가 되는 날이다. 100일이 지나면 4.16학살 6주기가 돌아온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 역사는 내일을 향한 기억이다. 기억은 흔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2019년 9월 초, 팽목항 분향소에 있던 영정이 빠져나갔다. 분향소는 현재 ‘세월호 팽목 기억관’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즐거웠던 추억들과 아픔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강당과 가족식당도 여전하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 고우재 학생의 아버지 고영환님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학살의 흔적이다. 현 이동진 진도군수(3선)는 후보시절, 이곳에 ‘팽목항 4.16공원’을 조성하겠노라고 공약했다. 그런데 당선 뒤, 표지석과 기념비는 해줄 수 있는데 기록관은 안 된다고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5주기 추모행사 때 도지사가 약속한 일을 말이다. 한 술 더 떠서 이동진 군수는 말로는 청정 진도를 내세우면서도 이곳 팽목 마을 곁에 1급 폐기물인 폐석탄재를 매립하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모든 불편을 감수했던 팽목 마을 분들에게, 그리고 진도군민들에게 이것은 청천벽력과도 같다. 대한민국과 세계의 아픔이 서려있는 이곳을 다시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진도군수의 폭정을 팽목 마을 주민들과 진도군민, 나아가 온 국민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

팽목항과 등대에서는 4.16학살이 일어난 직후부터 비공식적인 문화행사가 수도 없이 열렸다. 자발적으로 찾아온 전국의 예술인들이 그들이다. 그러다 2015년 6월부터 ‘미수습자 조기 귀환과 세월호 온전 인양을 바라는 기다림의 예술마당’이 광주시민상주모임과 한울남도아이쿱생협, 목포와 진도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였고, 2017년 3월에 배가 인양되어 목포로 간 이후에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팽목항 기억예술마당’을 34회째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2014년 12월 31일에 처음으로 팽목항 등대에서 해넘이굿을, 2015년 1월 1일에는 해맞이굿을 했는데 이를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그 동안 팽목에 다녀가신 전국의 모든 예술인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는,

살아있는 우리는 희생자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역사이고 내일을 향한 나침판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4.16 6주기 추모행사 때는

제발 학살의 진상이 낱낱이 규명되고 관련된 모든 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단초라도 열면 좋겠다.

하여,

촛불혁명정부에 요구한다.

1.세월호 특별수사단을 대통령 직속으로 재편하라!

1.팽목항에 4.16 세월호 기록관을 반드시 세워라!

1.팽목항에 석탄재가 아닌 진도의 토사를 매립하도록 강제하라!

1.진도군민과 국민의 뜻에 따라 세월호를 팽목항에 거치하라!

2020년 1월 8일